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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 2018. 7. 31. 08:59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 노수경 옮김


사계절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강상중' 지음인데 왜 옮긴이가 있을까? 책 표지를 넘기자 그 이유가 나와 있다. 지은이는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변화된 삶을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 나가노 데쓰오에서 강상중으로 그저 변하기 위해 새로운 두 번째 이름을 마련하였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가 모국어다.



▣ 그는 일에 대해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라고 말한다.

여기 있어도 좋다는 말이다. 자이니치(일본에 사는 한국인)인 그에게는 일이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지금 고민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진다. 그런데 나는 그만두지 못한다. 돈? 역시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9년 전에 한 번 그만두어 봤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많이 힘들어했다. 혼자 집에 있으면서 매일 우울했다. 밤낮은 뒤바뀌고  인터넷만 하면서 별 의미 없는 게시판들을 들락날락하면서 시간이 지나 또 잠들기를 바랐다. 그때는 이 세상이 나에게 '너는 쓸모없다, 너 없어도 잘 돌아가니까 거기 방에나 있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공상하지 말고 바로 나와서 좀 뛰기라도 하던가 고향에라도 내려가 있든가 하지 싶다. 그런데 8개월을 그렇게 골방에 갇혀있었다. 그래서인지 두렵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도 더 들었는데 왜 이렇게 철은 안 드는지 모르겠다. 실업으로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이 무섭다.



▣ 또한 일을 '나다움'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 나다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스스로 알고 있는 '나다움'이며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그다움'이다. '그다움'은 객관적이며 정곡을 찌를 때가 많다.


저자는 '나다움'이 모르는 상태에서 눈앞에 기회가 주어졌다면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하긴 나도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때로는 내가 생각한 내가 진짜 내가 아니라 그저 희망이기도 하고 착각이기도 하니까. 그런 나에 대한 오해 속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해보라는 거다. 근데 나도 참 웃기는 게 나는 분명히 이 문장을 이해했다. 스스로 편견에 갇히지 말라며 도전해 보라는 말이다. 근데 나는 지금 독후감으로 이 글을 타이핑하고 '옳소!'하면서 뭘 하려고 행동하지 않는다. 나는 아마 또 노트북을 덮겠지? 이게 내 문제다. 그럼 봐라, 이건 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누군가 나보고 새로운 직장을 잘 구해서 적응할 수 있다고, 이제는 9년 전과 다르게 경력이 쌓였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이 본 '그다움'에 도전하지 않는다. 왜냐면 무서우니까. 



▣ 그는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막상 해보면 아무래도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도 제시해 준다.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퍼센트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라고 말한다.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자신을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나도 조금 알 것 같다. 일에 대한 공부하다 힘들면 책을 읽고 혼자 독후감을 끙끙대며 써 본다. 저자 강연회도 쫓아다녀 보고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 강의도 신청해서 다니고. 그러니까 좀 살만하다. 예전에는 일에만 매달리니 스스로 너무 못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흐름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일을 많이 벌여 놓으니 할 일이 많아서 쓸데없는 잔걱정이 줄었다. 줄었다는 것이다,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양한 축의 필요성. 그래 인생이 그렇지. 연애도 그랬다. 연애할 때 너무 올인하면 작은 일에도 서운해하고 징징거리는 못난이가 되어 있었다. 참 매력 없는 사람이다. 



▣ 자아실현?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뿐 진짜 내가 아니다.

그렇게 유예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건 내가 잘 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아직 나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지금 거기로 가고 있다고 마음의 위로를 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나는 지금 여기 이렇게 있는데 늘 저기를 보면서 착각하면서 산다. 

'뭐, 상관없어. 그걸로 됐어'라고 말한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읽다 적은 글귀가 생각난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게 해주시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p90


자연스러움 '뭐, 상관없어. 그걸로 됐어'라고 인정해 버리는 것. 사람이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여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 스스로를 알고 그런 나를 긍정하는 것이 바로 자연스러움.  p61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는 다음과 같다. 

부끄럽지만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 되면 배짱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야구를 예로 들자면 바로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9회 말 3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2사 만루. 다음 타자가 홈런을 치면 역전, 아니면 경기 끝'과 같은 순간, 과연 내 차례가 돌아오길 원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솔직히 저는 '절대로 내 차례가 오지 않기를'바라는 성격입니다. p71



독서 방법에 대해서는

1.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는 책, 기한 없이 

2. 중간 정도의 중요도와 관심을 가지고 서평을 쓰기 위해 

3. 전공과 관심과는 멀지만 세간의 화제가 되는 책


고전은 말린 것이라 칭하며 추천했다. 그 반대편에는 지금 유행하는 날것이 있다.

그리고 전문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정치학에서는 말린 것과 날것을 튜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 말린 것과 날것이 씨줄 날줄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까. 


내가 인생에 아직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지금에서야 '인생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고 물을뿐입니다. 내 인생의 불우함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묻고 그것에 대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삶이라는 뜻이다 

-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 p125


"어떤 위인이라고 결국에는 인간이다, 겁먹지 말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보라"

앞으로 더 능동적으로 열심히 책을 읽을 예정이다. 그들도 사람이니까 내가 이해 못 할 리 없다는 마음으로. 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가가야 했다. 그래야 어떤 답이라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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